
독일 음악대학에서 전공 실기를 이어가는 데 있어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연습 공간’이다. 학교 연습실이 당연히 충분할 거라고 기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공간 부족, 시간 제약, 예기치 않은 변수들이 꽤 많다. 특히 교수의 레슨실과 겹치는 시간, 학교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 집에서 연습 가능한 조건 등을 처음부터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불편한 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독일 유학생으로 지내며 연습 공간을 확보하고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는지를 솔직하게 적어 보았다.
학교 연습실의 구조와 한계
독일 음악대학의 연습실은 구조상 여유롭지 않다. 하루 평균 4~5시간 정도를 학교 연습실에서 보내곤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습실을 확보할 수 있을 경우’의 이야기다. 합주나 반주 연습처럼 정해진 일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전 예약은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연습이 필요한 시간보다 10~15분 먼저 도착해 문 앞에서 기다리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미 다른 학생이 먼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아무리 일찍 가도 방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연습실의 시설은 기대만큼 현대적이지 않다. 방음은 벽 두께로 커버되는 정도였고, 겨울철 라디에이터 난방은 종종 작동하지 않아서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 연습을 포기한 적도 있다. 여름엔 에어컨 없이 버티는 게 기본이라, 하루 종일 연습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건, 분명히 기다렸는데도 교수님의 수업 시간이 겹쳐서 연습실을 쓸 수 없는 경우였다. 레슨 스케줄을 깜빡하거나 착각해 방을 놓치는 건 전적으로 학생의 책임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바로 나가서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매너다. 집중도는 높지만, 연습을 온전히 계획대로 이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은 구조였다.
집에서 연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학교 연습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빨리 체감한 뒤, 나는 가능한 빨리 ‘집에서 연습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려 했다. 독일에서는 모든 집에서 연습이 가능한 건 아니며, 계약서 안에 해당 조항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부동산과 직접 소통하며 연습이 가능한지 여러 번 확인했고, 서면 상으로 조건을 받아낸 뒤에야 계약을 진행했다.
운 좋게도 내가 구한 집은 이미 음악 전공자가 살던 곳이었고, 연습 가능 시간은 보통 오전 9시 혹은 10시부터 저녁 9시~10시 사이까지였다. 연습이 허용된 만큼, 이웃이나 집주인으로부터 민원을 받은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연습이 가능한 주거 환경이라는 것 자체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집에서의 연습은 루틴 면에서는 유동적이었다. 아침에는 주로 학교에서 기초 연습을 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상황에 따라 레슨 준비나 반복 연습, 정리 중심으로 시간을 썼다. 장소 이동 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연습 환경이 유학생활에 미치는 영향
연습실을 확보하는 일은 유학생활 초반에는 꽤 스트레스를 줬다. 특히 아무리 일찍 가도 방을 잡지 못할 때의 허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환경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최대한 집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생활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연습 루틴이 크게 흔들리거나 실기 준비에 영향을 받은 적은 없었다.
연습 환경으로 인해 수업 준비가 밀리거나 스트레스가 누적되진 않았지만, ‘집에서 연습이 가능하다’는 전제 자체가 일상에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적절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단순한 연습 효율을 넘어서, 전체 유학생활의 안정감과도 연결된다는 걸 실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시행착오는 대부분 연습실 스케줄 착각이나 공간 부족과 관련된 것이었고, 그 이후부터는 연습실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집에서의 연습 비중을 높이면서 안정적으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연습은 결국 ‘장소’가 아니라 ‘조건’이 만든다
독일 유학생활에서 연습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실기 퀄리티와 직결되는 중요한 조건이다. 학교의 시스템은 학생 개개인의 자율성에 맡겨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습실 스케줄을 직접 확인하고, 집에서의 연습 가능 여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운 좋게도 나는 비교적 일찍 연습 가능한 주거 환경을 구할 수 있었고, 학교와 집을 오가며 자연스럽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갔다. 독일 유학을 고민하거나, 현재 연습 공간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연습 공간 자체가 유학생활의 기반’이라는 점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연습실 수나 시설보다 더 중요한 건, ‘이 공간에서 꾸준히 연습할 수 있는가’라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그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유학생활의 리듬이 달라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