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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음악대학 연습 루틴과 현실 (연습 루틴, 연습실, 음악 해석력)

by 열한시삼분 2026. 1. 29.

독일 음대 유학생 관련 이미지

 

독일 음악대학에서의 하루는 대부분 연습실에서 시작되고, 연습실에서 끝난다. 겉보기에 여유로운 유학생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간 확보부터 시간 조절, 체력 관리까지 끊임없이 균형을 맞춰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특히 실기 전공자에게 연습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방향과 밀도를 함께 다뤄야 하는 작업이다. 하루 평균 10시간씩 연습하며 직접 체감했던 현실적인 연습 환경과 루틴, 그리고 유학생으로서 마주했던 물리적·정신적 변수들을 기록해 보았다.


시간보다 ‘흐름’이 중요한 연습 루틴

독일 유학 초기, 하루 연습 시간의 기준은 단순했다. '최대한 오래 연습하자.' 실제로 하루 평균 연습 시간은 약 10시간에 달했고, 특히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아예 하루 종일 연습실에 있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습을 단순히 '얼마나 오래 했느냐'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점점 더 분명하게 느꼈다.

아침 7시 30분, 학교 건물이 문을 열면 바로 연습실에 들어갔다. 그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학생들도 꽤 많았고, 문 열리는 시각에 맞춰 줄을 서 있는 장면은 일상이었다. 하루의 첫 연습은 언제나 기본기부터 시작했다. 스케일, 활 연습, 테크닉 정리까지 2시간 정도는 철저히 정리된 루틴에 따라 움직였다. 몸이 깨어나고 손이 풀리는 과정이 지나야,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된다.

점심 이후에는 그날그날의 연습 과제가 달라졌다. 레슨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해석을 정리하거나, 곡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반복 연습을 집중적으로 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합주나 이론 수업, 실내악 등 수업 일정이 끼어 있는 날도 많기 때문에 연습이 쪼개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쪼개짐이 연습 흐름에 유용하게 작용할 때도 있었다. 부분 연습 → 수업 → 복습이라는 자연스러운 리듬이 생긴 것이다.

저녁이 되면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이 시간대는 피로가 쌓이는 만큼, 반복보다 생각 정리에 가까운 연습을 더 많이 했다. 낮에 정리되지 않았던 테크닉을 다시 짚거나, 해석의 흐름이 막혔던 지점을 천천히 정리해보는 시간. 단순히 ‘시간 채우기’보다 ‘연습을 정리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서, 10시간이 무조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연습실은 많지만, 항상 여유롭지는 않았다

독일 음악대학의 연습실은 겉보기에는 꽤 많아 보이지만, 막상 정해진 시간에 원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각 연습실은 해당 전공 교수들의 수업 공간이기도 해서, 수업 시간이 겹치면 사용할 수 없다. 특히 인기 시간대에는 교수 수업으로 연습실이 거의 차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선착순 이용 + 제한 시간 2시간 구조였다. 합주나 수업이 아닌 이상, 방을 예약하는 건 불가능했고, 늘 먼저 도착해서 방을 잡아야 했다. 운이 나쁘면 오전에 한 번 들어가고, 그날은 연습이 끝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유학생들이 학교 근처, 혹은 집 안에 별도의 연습 공간을 갖춘 집을 구하려고 한다. 나 역시 연습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하려면 학교와의 거리가 중요한 요소라는 걸 유학 초기에 깨달았다.

시설 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방에 피아노가 구비되어 있고, 방음은 무난한 편이었다. 다만 독일의 난방 시스템은 한국보다 훨씬 열악해서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연습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춥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공간에서의 시간이 음악의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큰 불만도 없어졌다.

이런 연습 환경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연성이다. 연습실이 없으면 집에서, 소리가 안 되면 분석과 해석 위주로. 변수가 많을수록, 연습의 핵심은 공간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걸 더 절감하게 된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히 유지하는 힘

내가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연습한다고 하면 대부분 “안 힘들어? 괜찮아?”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체력적 무리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힘들었던 건 연습이 잘 되지 않을 때의 정서적인 부담감이었다. 레슨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리가 안 되어 있을 때, 아무리 오래 연습해도 뭔가 해결되지 않을 때, 마음이 먼저 지쳐갔다.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산책’과 ‘잠깐의 쉼’이었다. 도중에 억지로 밀어붙여봤자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깐 밖으로 나가 공기 한 번 쐬고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리듬이 바뀌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연습실 안에만 갇혀 있는 것보다, 잠깐 나가는 선택이 오히려 더 많은 걸 정리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유학 초기에는 ‘될 때까지 한다’는 생각에 자주 무리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손이 바로 피로를 보내왔다. 그때부터는 ‘양’보다 ‘질’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저녁 연습도 되도록 11시를 넘기지 않았고, 대신 그날 연습한 내용을 짧게라도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였다. “뭐가 안 됐지?”, “어디가 조금 나아졌지?” 이 짧은 질문들이 다음날 연습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줬다.

무조건 오래 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특히 연습은 곡 해석과 구조를 잡는 사고 작업이기 때문에, 컨디션과 밀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독일 유학은 나에게 ‘연습의 정의’를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연습은 시간보다 방향이다

하루 10시간을 연습했다고 해서 다 좋은 연습이 되는 건 아니다. 독일 유학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깨달았던 건, 연습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과 밀도의 문제라는 점이었다. 기본기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지, 연습 흐름을 어떻게 나누는지, 그리고 피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결과보다 훨씬 더 중요했다.

연습실의 물리적 조건이 부족하거나, 시간 배분이 예상대로 되지 않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스스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태도다. 혼자서도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연습 루틴은, 누가 봐주지 않아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독일 유학에서의 연습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매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관계가 안정적일수록, 연습은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시간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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