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에서의 유학생활은 단순히 수업이나 실기 실력만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실제로는 ‘어디서, 어떻게 연습하느냐’가 하루의 리듬을 결정짓고, 유학생의 생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 연습실이 늘 여유롭진 않고, 집에서도 마음 놓고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 교수 수업과 겹치는 시간, 연습실 부족, 집의 방음 조건 등 예상치 못한 장벽이 적지 않았다. 나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방향으로 연습 환경을 조금씩 조정해 왔다. 이 경험이 유학을 준비 중이거나, 실제 유학 생활에서 비슷한 고민을 겪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연습실이 늘 있는 건 아니다 (학교 시스템, 방 부족, 시간 쟁탈전)
독일 음악대학의 연습실은 대부분 개별 교수의 지정 방이다. 즉, 한 방이 단순히 ‘누구나 쓸 수 있는 연습 공간’이 아니라, 정해진 교수의 레슨이 있는 시간대엔 사용할 수 없다. 레슨이 없는 시간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들어가 연습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선착순’의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
한 번 방에 들어가면 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고, 합주나 시험이 겹치면 반주자와의 연습까지 포함해 최대 4시간까지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비어 있는 시간’을 잡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리는 상황이 꽤 자주 벌어진다는 점이다. 내가 연습하고 싶은 시간이 있어도, 이미 다른 학생이 문 앞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 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아침 일찍 연습을 마치고 오후에 다시 잡으려 해도 방이 없어 저녁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결국 하루 연습을 포기하는 날도 생긴다.
방음 상태는 특별히 뛰어난 건 아니다. 방음 장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두꺼운 벽과 커튼 정도로 이루어진 구조다. 옆방의 소리는 살짝 들리지만 연습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며, 민원이 들어오거나 연주에 지장이 생기는 정도는 아니다. 학교 전체의 연습 환경은 한국과 비슷하게 평균적인 수준이다.
집에서도 연습 가능? 현실은 ‘계약 조건’이 전부다
유학 전,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지 여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막상 독일에 와서 집을 구하려고 하니 완전히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소리가 나면 안 좋겠지’ 정도의 감각이었다면, 독일에서는 법적으로 집 안에서 악기를 연습할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히 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한다.
연습 가능한 집을 구하려면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에게 반드시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연습 가능 여부는 가격이나 시설과는 무관하다. 방음 처리가 되어 있다기보다, 그저 ‘소리에 관대한’ 건물과 이웃이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집주인이 허락했는지가 핵심이다. 실제로는 독일 음대생들 사이에서 졸업과 동시에 ‘연습 가능한 집’을 음대 후배에게 넘기는 문화도 종종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연습 가능한 자취방을 직접 부동산에 물어보고 얻었다. 기숙사도 선택지 중 하나였지만, 학교와 거리가 꽤 있었고,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은 연습실이나 공간 조건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독일에서는 방음이 안 되는 집에서는 연습 자체가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실제로 시도조차 할 수 없다. 처음엔 “왜 이렇게까지 엄격하지?” 싶었지만, 연주 소리가 일상인 유학생들끼리는 이 룰이 오히려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은 준비된 공간보다 ‘운영 방식’을 알아야 한다
정작 연습 환경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크 시즌에는 연습이 필요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학교 내 연습실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이럴 땐 ‘방이 있느냐 없느냐’가 하루의 흐름을 바꾼다. 방을 구하지 못한 날엔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일정에 따라 하루 루틴이 꼬이기도 한다.
실제 유학생활에서 느꼈던 시행착오는, 연습 공간을 미리 점검하지 않은 채 집을 구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조용하고 넓은 집’이 아니라, ‘연습 가능한지’가 주거의 최우선 조건이 된다는 건 한국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포인트다.
방음 장비나 대체 공간을 활용한 적은 없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학교와 가까운 위치에 ‘연습 가능한 집’을 구해놓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방이 없어도, 연습을 이어갈 수 있는 두 번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유학생에게는 꽤 안정적인 무기다.
연습 공간은 ‘있는가’보다 ‘쓸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독일 음악대학에서의 유학생활은 연습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보다,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학교의 연습실은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고, 집에서의 연습도 허가 없이 불가능하다.
‘연습 공간이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이 공간을 내가 언제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미리 파악해야 유학 초반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연습실 부족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고, 완벽한 방음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루틴과 조건을 확보해가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점이 된다.
유학을 준비 중이라면, 입시보다 먼저 ‘연습 가능한 집’부터 찾는 것이 훨씬 실질적인 준비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