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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시선으로 본 독일 음악대학

by 열한시삼분 2026. 1. 26.

독일 음대 유학 관련 이미지

 

독일 음악대학은 오랫동안 유학지로 각광받아 왔다. 특히 바이올린을 비롯한 클래식 전공자 사이에서는, 등록금이 저렴하고 실기 중심의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이유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막상 외국인 학생으로 입학해 생활을 시작해 보면, 단순히 알려진 몇 가지 장점만으로는 이 시스템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곧 알게 된다. 수업 방식, 행정 구조, 학생 구성, 언어 환경 등 일상 전반이 우리의 상식과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독일 음악대학에서 실제로 수업을 듣고 생활해 본 외국인 바이올린 전공자의 입장에서, 그 안에서 체감한 장점과 단점, 그리고 적응 과정에서 중요한 기준들을 하나씩 정리해본 경험담을 적어보았다.


실기 중심, 사고 중심 –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독일 음악대학에 다니며 가장 먼저 강하게 느꼈던 건,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굉장히 잘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수업은 늘 연주와 연결되어 있고, 단순히 기술적으로 잘하는지를 넘어서 ‘왜 그렇게 연주했는가’라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던져진다. 처음에는 이 구조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답이 없다는 것, 교수의 피드백이 구체적인 지시보다 방향 제시에 가까운 것,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석을 스스로 구성해 와야 한다는 점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방식이 연습에 깊이를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구보다 본인이 자신의 연습 방향을 잘 알아야 했고, 그 기준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수업에서 방향을 잃기 쉬웠다. 이 과정은 단기적인 결과보다, 장기적으로 음악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든다.

학비 부담이 적다는 현실적인 조건도 이 몰입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국공립으로 운영되며, 외국인 학생이라도 등록금 차별이 거의 없다. 일부 행정비용이나 세금이 있긴 하지만, 학기당 몇 천 유로 수준의 고비용 등록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덕분에 아르바이트나 장학금에 매달리지 않고도, 연습과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학생 구성도 매우 다양하다. 독일 내 학생뿐 아니라 유럽 각국,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온 학생들이 뒤섞여 수업을 듣는다. 심지어 전공을 바꿔 음악을 시작한 사람, 직업을 거쳐 다시 공부하러 온 사람 등 연령대도 제각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학년이나 나이, 경력보다 ‘지금의 태도’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외국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튀거나 비교당하는 일도 많지 않다. 서로가 서로를 경쟁 상대로 보기보다는, 각자의 흐름과 리듬을 존중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언어, 행정, 그리고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수업 구조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실기 수업 자체는 악보와 소리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실제 유학생활에서는 독일어 능력이 꽤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학교에서 전달되는 공지, 시험 일정, 수업 등록 시스템, 행정 서류 등은 대부분 독일어로 되어 있고, 교수와의 이메일 소통에서도 독일어를 요구받는 경우가 많았다. 독일어 실력이 부족한 경우, 정작 연습보다 이런 행정 처리에 시간을 더 쓰게 되기도 한다.

행정 시스템 자체도 분산되어 있어 처음 겪는 유학생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비자 연장, 보험 등록, 통장 개설, 수업 등록 등 모든 절차가 각각 다른 기관에서 진행되고, 이 과정에 필요한 서류나 시스템이 일관적이지 않기 때문에 꽤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주변에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결국 본인이 직접 알아보고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이라는 자신의 위치가 실감 나게 다가온다.

또 한 가지, 교수의 수업 방식도 처음에는 꽤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명확한 커리큘럼이나 실기 지시가 반복적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에서는 수업이 질문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연습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기보다, 왜 이런 템포를 선택했는지, 어떤 해석을 바탕으로 연주했는지를 학생이 설명해야 한다. 이 구조는 스스로 연습을 설계하고 평가해야 하는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성향에 맞는가이다

이런 장점과 단점은 단순한 ‘좋다/나쁘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연습하고 공부해 왔는가에 따라 이 환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연습이 익숙한 학생에게는 독일 음악대학이 굉장히 이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다. 누군가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자기 기준을 만들고 연습의 방향을 책임지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연주자에게 필요한 토대를 마련해준다.

하지만 반대로, 빠른 피드백과 명확한 지시, 구체적인 목표 설정에 익숙한 학생이라면 이 구조는 부담스럽고 피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오히려 더 막막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방향이 다르면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가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한 심리적으로 자율성이 높다는 건, 그만큼 불안정함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교수와의 관계도 한국처럼 자주 소통하거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수업 안에서 조용히 신뢰가 쌓이는 구조다. 친밀감보다는 일관성과 성실함이 관계의 기준이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떤 학생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독일 음악대학은 ‘잘 맞는 사람에게는 오래 갈 수 있는 곳’이다

독일 음악대학은 유학생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결코 만만한 환경은 아니다. 실기 중심 수업과 낮은 학비, 다양한 학생 구성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언어 장벽, 분산된 행정 시스템, 자기주도적 수업 구조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는 버거운 요소가 되기 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학습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가를 미리 점검하는 것이다. 독일 음악대학은 ‘가르쳐주는 학교’라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판단하는 환경’에 가깝다. 이 구조가 익숙하다면,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음악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토대를 제공한다.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단순히 학교의 명성이나 입시 정보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매일 숨 쉬게 될 리듬과 분위기가 나와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 음악대학은 결국, ‘준비된 사람에게는 오래 버틸 수 있는 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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