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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올린 전공 수업 난이도 체감 후기 (수업 구조, 압박, 준비 태도)

by 열한시삼분 2026. 1. 27.

독일 유학 관련 이미지

 

처음 독일 음악대학 바이올린 전공 수업을 시작했을 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연습만 충분하면 될 줄 알았지만, 정작 그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던 건 수업을 대하는 방식 자체였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도 분명한 기준이 있었고, 그 기준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 훨씬 깊은 지점을 요구했다. 여기엔 단순히 과제량이나 시험 개수로는 설명되지 않는 체감 난이도가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부딪쳤던 현실적인 지점들을 돌아보면, 그 어려움의 방향도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기술보다 '사고력'이 먼저인 수업 구조

처음 몇 주 동안은 수업이 생각보다 '편하다'고 착각했다. 연습량을 체크하지도 않고, 과제가 많지도 않았으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연습해왔는지를 굳이 캐묻는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업이 깊어질수록, 질문의 밀도와 피드백의 방향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왜 이 템포를 골랐나요?”, “이 부분의 프레이즈를 어떻게 정리했나요?”, “이 곡의 중심이 되는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런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라, 연습 전부터 연주자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사고를 정리해왔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더 어렵게 다가왔던 건, 이 질문들에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답을 내야 했고, 그 답을 근거 있는 연주로 설득해야 했다. 연주가 아무리 매끄러워도 그 안에 ‘왜’가 없으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고의 흐름이 막히면 수업도 함께 멈췄다. 손보다 머리가 먼저 움직여야 했고, 연습보다 연습을 설계하는 사고가 더 중요했다. 이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고, 그로 인해 체감 난이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수업 ‘사이’의 시간이 더 어려웠다

수업 시간 자체는 길지 않다. 교수의 말도 간결하다. 하지만 문제는 수업이 끝난 이후부터 시작된다. 교수는 구체적인 연습 방법이나 정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질문이나 피드백만 남기고 돌아서는데, 이 말 한 줄이 다음 수업까지의 연습을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의 음악적 흐름이 조금 불분명하다”라는 짧은 코멘트가 전부일 때, 나는 스스로 그 흐름이란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떤 시도들이 가능한지를 실험해봐야 했다. 연습실에서 홀로 그 질문을 붙잡고 방향을 세워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고됐다.
정답은 없는데 시간은 흐르고, 결과는 다음 수업에서 드러난다.
이 사이의 시간이 수업 시간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졌던 이유다.

특히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으로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해석이나 감정을 연주 안에서 드러내야 했고, 준비가 부족하면 그 조용한 수업 분위기 안에서 자신의 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누가 크게 지적하진 않지만, 스스로가 느끼는 압박은 더 컸다. ‘열심히 했다’보다 ‘어디까지 고민했는가’가 중요했던 이 구조는, 단순한 연습량보다 훨씬 강한 긴장감을 주었다.


수업은 조용하지만, 준비되지 않으면 바로 드러난다

수업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하다. 학생들은 교수의 말에 큰 리액션을 하지 않고, 질문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수업이 느슨하거나 자유롭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그 조용한 공기 속에서도, 어떤 학생이 준비되어 왔는지, 누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그대로 드러난다.

연주 수업에서는 특히 그렇다. 학생이 연주를 시작하고, 교수가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을 때, 연주 안에 생각과 방향이 담겨 있지 않으면 그 정적이 압박으로 다가온다. 교수는 평가하지 않지만, 수업 전체의 분위기가 이미 그 연주의 준비도를 판단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업에 나서는 것이 늘 가볍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준비된 학생은 짧은 답 안에 사고의 흐름을 담는다. 반대로 무언가를 말하려 해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 당황스러움이 수업의 흐름을 끊는다. 교수는 그저 질문을 통해 학생의 사고를 끌어내려 할 뿐인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선 그 대화조차 따라가기 버겁다.

수업이 말로 이뤄지지 않아도, 그 안에는 분명한 흐름과 기준이 있다. 이 구조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하게 작용하고, 그 안에서 준비된 사람만이 자기 속도로 나아갈 수 있다.


‘어렵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구조

독일 음악대학의 바이올린 전공 수업은 한국에서 경험했던 수업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어려웠다. 과제가 많아서 버거운 것도, 무대에서 평가받는 것이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손보다 머리를 먼저 사용해야 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숨기기 어려운 구조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수업의 난이도는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질문을 받아들이는 태도, 연습을 설계하는 사고력, 수업 이후를 스스로 채워가는 지속력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 처음엔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구조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연습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가는 연습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으로 옮겨간 것이다.

지금도 수업은 조용하고, 질문은 많고, 정답은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조금씩 방향을 잡고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독일의 전공 수업은 분명 어렵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연습의 외곽을 바꾸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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