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의 수업 분위기는 겉으로 보면 조용하고 느슨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그 조용함이 결코 가벼운 공기가 아니라는 걸 금방 느끼게 된다. 수업 시간에 오가는 말은 많지 않지만, 각자의 준비 상태와 태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글에서 나는 독일 음악대학에서 수업을 들으며 체감했던 분위기와, 그 안에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의 구성과 태도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정리한 경험담을 적어 보았다. 입시 이후의 학교 생활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실제 교실 안의 온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하지만 밀도가 높은 수업 분위기
독일 음악대학의 수업은 전체적으로 소란스럽지 않다. 교수의 말투도 차분하고, 학생들의 반응 역시 크지 않다. 처음 이 분위기를 마주하면 “생각보다 활기가 없다”거나 “긴장이 느슨한 것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의 수업을 지나면서, 이 조용함이 오히려 높은 집중도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수업 중 불필요한 말이 거의 없다. 질문이 나오면 즉흥적으로 손을 드는 대신, 잠시 생각한 뒤 짧고 핵심적인 답이 나온다. 연주 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연주를 하면, 그 연주가 끝날 때까지 중간에 반응이 거의 없다. 대신 연주가 끝난 뒤, 정확히 짚은 한두 가지 포인트가 조용히 제시된다. 이 방식은 감정적인 반응이나 즉각적인 평가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처음엔 낯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구조가 연습 태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느끼게 된다. 수업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 점검하고 준비해 오게 된다. 수업 시간에 모든 걸 해결하려 하기보다, 수업 이전과 이후의 연습이 더 중요해진다. 독일 음악대학의 수업 분위기는 편안하다기보다는, 조용한 책임감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는 느낌에 가깝다.
학생 구성은 다양하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독일 음악대학의 학생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독일 현지 학생뿐 아니라 유럽 각국, 아시아, 남미, 동유럽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한 수업 안에 섞여 있다. 국적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이와 경력도 제각각이다. 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한 학생도 있고, 다른 전공이나 직업을 거쳐 음악으로 돌아온 경우도 흔하다.
이런 구성 때문에 흔히 떠올리는 ‘대학생다운 분위기’를 기대하면 다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모두가 비슷한 나이, 비슷한 단계에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줄어든다. 누가 더 앞서 있는지, 누가 뒤처져 있는지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분위기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배경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 태도에서는 공통점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이 자신의 연습 루틴과 목표를 명확히 가지고 있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려는 태도가 강하다. 경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쟁은 조용하고 개인적이다. 누군가를 이기기보다는,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말은 적지만 준비는 기본값이다
독일 음악대학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수업 참여도가 낮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질문이 많지 않다고 해서 무관심한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준비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연주 수업이든 이론 수업이든, 기본적인 악보 분석과 해석 정리는 스스로 해온 상태에서 수업에 들어온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앉아 있으면,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교수 역시 준비되지 않은 학생에게 즉각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질문을 통해 그 상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이 환경에서는 보여주기식 연주가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연주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왜 그렇게 연주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주 안에서 그 생각이 느껴져야 한다. 수업은 조용하지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쉽게 숨을 곳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외국인 학생에게 특히 크게 다가온다. 언어적인 한계가 있을수록, 준비의 밀도와 연습의 정리가 더 중요해진다. 말이 적어도 괜찮지만,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것은 금방 드러난다. 독일 음악대학의 수업은 참여를 강요하지 않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그대로 두지도 않는다.
독일 음악대학의 공기는 ‘자유롭다’기보다 ‘자기 책임적’이다
독일 음악대학의 수업 분위기와 학생 구성은 흔히 떠올리는 자유롭고 느슨한 이미지와는 다소 다르다. 대신 각자에게 많은 책임이 주어지는 환경에 가깝다. 누구도 대신 연습을 관리해주지 않고, 누구도 방향을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그만큼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유지할 수 있다면, 비교적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오래 공부할 수 있다.
이 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즉각적인 반응과 명확한 평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연습을 스스로 책임지고, 음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어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잘 맞는 환경이 된다.
독일 음악대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학교의 명성이나 입시 조건만이 아니라 이런 수업의 공기와 학생 구성이 자신의 성향과 맞는지도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유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매일 숨 쉬게 될 분위기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