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에 진학하면 마스터클래스를 꼭 해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듣게 된다. 외부 교수에게 레슨을 받고 이름을 남겨야 기회가 열린다거나, 방학 동안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네트워크가 생긴다는 이야기들도 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마스터클래스를 경험하고, 또 누군가는 그 안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마스터클래스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불이익을 느낀 적도 없다. 마스터클래스의 구조와 실제 분위기, 그리고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를 경험을 기준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독일 음악대학에서 말하는 마스터클래스란
독일 음악대학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는 보통 외부 교수를 초청해 단기간 집중 레슨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2~5일 정도의 일정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고, 공개 레슨 형태로 진행되어 다른 학생들이 함께 참관하기도 한다. 참가자와 청강자로 구분되며, 참가자는 직접 연주하고 레슨을 받고, 청강자는 비용을 조금 낮게 내고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비용은 교수의 인지도나 프로그램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비교적 소규모 학교 프로그램은 100~300유로 선이지만,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연주자의 경우 500유로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숙박비와 이동 비용까지 포함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활용해 마스터클래스를 선택하기도 한다. 새로운 해석을 듣고, 다른 도시를 경험하고, 때로는 특정 교수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되기도 한다.
나는 왜 선택하지 않았는가
나는 마스터클래스를 굳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미 정기적으로 교수 레슨을 받고 있었고, 내 음악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다. 단기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는 것보다, 꾸준히 이어지는 수업 안에서 조금씩 정리해가는 과정이 나에게는 더 중요했다.
우리 교수님은 독일 사람이 아니라 덴마크 사람이었다. 방학이 되면 덴마크로 돌아가 그곳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고,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한국에 잠시 다녀오는 대신 그 비용을 투자해 덴마크로 가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였고,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레슨에서 차별을 받거나 기회가 줄어드는 일은 전혀 없었다. 교수님도 강요하지 않았고, 학교 분위기 역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박은 없었다.
나는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선택하지 않았다.’ 그 차이는 분명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마스터클래스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입시나 학업 과정에서 불리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졸업까지의 과정에서도 특별히 부족함을 체감한 순간은 없었다.
마스터클래스가 의미 있을 수 있는 경우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클래스가 필요 없다고 단정하고 싶은 건 아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가의 마스터클래스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일주일 가까이 오로지 연습과 레슨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일상 수업과는 다른 밀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숙소와 연습 공간이 함께 제공되는 경우도 많아, 그 기간 동안은 생활의 대부분이 음악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런 환경은 단기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기술적으로나 해석적으로 빠른 성장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의 연주 스타일과 해석을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 같은 곡을 연주해도 표현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 체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진다. 공개 레슨 형식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의 레슨을 지켜보는 시간 역시 중요한 학습이 된다.
어린 학생들의 경우 부모님과 함께 동행해 참여하는 모습도 생각보다 자주 보인다. 특히 유럽권에서는 특정 교수의 클래스에 꾸준히 참여하며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수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면 이후 대학 입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루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무대 경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마스터클래스는 보통 마지막 날에 참가자 연주회가 열리거나, 공개 연주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낯선 공간, 낯선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경험은 긴장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국제적인 환경에서 연주하는 경험은 이후 콩쿠르나 입시 무대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이 경험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다. 방향이 분명하다면 마스터클래스는 강한 자극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선택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스터클래스는 필수일까
독일 음악대학에서 마스터클래스는 기회일 수는 있어도 의무는 아니다. 참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실력이 도약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 안에서의 정기 레슨, 앙상블, 오케스트라 수업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마스터클래스는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결국 방향을 정하는 건 학교도, 교수도 아닌,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