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친 고민 중 하나는 '어떤 곡으로 시험을 볼 것인가'였다.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막상 오디션에서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경우를 보면, 그 시작이 곡 선택부터 흔들렸던 경우가 많았다.
독일 입시에서는 곡의 난이도나 이름값보다, 그 곡이 나와 잘 맞는지를 보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어떤 해석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음악적 방향이 얼마나 정리되어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런 기준을 간과한 채 곡을 고르면 아무리 잘 쳐도 좋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다.
이 글에는 실제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주 보게 된 ‘곡 선택 실수’들과, 그 실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솔직하게 담았다. 지금 레퍼토리를 고민 중이라면, 한 번쯤 체크해봐도 좋을 내용들이다.
‘난이도’만 보고 곡을 선택하는 실수
가장 흔하게 보이는 실수는 오디션에서 눈에 띄고 싶다는 마음에 지나치게 어렵고 화려한 곡을 선택하는 것이다. 파가니니 카프리스나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처럼 기술적으로 도전적인 곡들은 분명 주목을 끌 수 있지만, 독일 입시에서는 그 난이도 자체가 큰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곡들은 해석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으면 사운드의 질감이 거칠어지거나, 연주가 불안정해 보일 가능성이 크다. 독일 교수들은 테크닉을 과시하는 연주보다, 음악의 방향성과 해석의 설득력을 훨씬 중요하게 평가한다. 실제 오디션에서도, 비교적 잘 알려진 곡이더라도 해석이 분명한 연주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 전략 팁
자신이 음악적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고,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독일 입시에서 오디션은 경쟁의 장이라기보다, 자신의 음악을 설득하는 자리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을 억지로 선택하는 실수
곡의 스타일이 연주자와 맞지 않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표현의 깊이가 나오기 어렵다. 바로크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 바흐 무반주를 선택하거나, 낭만적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브람스 소나타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선택은 연주를 기계적으로 만들고, 교수들에게는 “아직 자신의 음악적 성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연주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독일 입시에서는 연주자의 현재 상태와 방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리한 스타일 도전은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되기도 한다.
■ 전략 팁
가장 자연스럽게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스타일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오디션 곡은 연주자의 참고 자료가 아니라,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창이라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시대별 곡 구성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실수
독일 음악대학 실기 시험에서는 시대별 레퍼토리의 균형이 중요한 평가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험생이 비슷한 시대나 분위기의 곡만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실수를 한다.
낭만곡 위주로만 구성하면 음악적 폭이 좁아 보일 수 있고, 모든 곡이 무겁고 극적인 분위기일 경우 해석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대비가 분명한 레퍼토리는 연주자의 사고 폭과 스타일 소화 능력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 전략 팁
바로크(바흐), 고전(모차르트), 낭만(멘델스존·브루흐), 현대(이자이·바르톡)처럼 시대 대비가 분명한 구성을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나의 색깔보다, 대비와 연결이 있는 구성이 독일 입시에서는 더 설득력 있게 작용한다.
연습 시간이 부족한 곡을 막판에 추가하는 실수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이 곡도 하나 더 넣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기 쉽다. 하지만 입시 직전에 새로운 곡을 추가하는 선택은 매우 위험하다. 완성도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은 곡 하나가 전체 연주의 인상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교수들은 개별 곡을 따로 떼어 보기보다, 전체 프로그램을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인식한다. 그 안에서 불안정한 지점이 반복되면, 전체 준비 과정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 전략 팁
모든 오디션 곡은 최소 6개월 이상의 해석과 연습 기간을 거치는 것이 이상적이다. 새로운 곡 확정은 늦어도 입시 4개월 전까지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해석과 안정도를 다듬는 데 집중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교수의 스타일과 전공 성향을 고려하지 않는 실수
독일 음악대학 입시는 교수 개인의 평가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하는 교수의 음악적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곡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현대곡을 선호하지 않는 교수에게 지나치게 실험적인 레퍼토리를 제출하거나, 교수의 음악적 언어와 크게 다른 해석을 고집하는 경우, 연주가 아무리 잘 되어도 예술적 접점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
■ 전략 팁
입시 전 해당 교수의 연주 영상, 제자들의 레퍼토리, 마스터클래스 스타일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예비 레슨을 통해 곡의 방향성을 조율해보는 것도 매우 효과적인 준비 방법이다.
곡 선택은 실력보다 ‘판단력’을 드러낸다
독일 바이올린 유학 오디션에서 곡 선택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곡을 선택했는지는 연주자의 음악적 판단력과 준비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화려함이나 난이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곡이 연주자의 방향성과 얼마나 잘 맞아 있는지다. 독일 입시는 기술을 겨루는 시험이라기보다, 음악으로 설득하는 과정에 가깝다.
오디션 곡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곡을 왜 선택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분명하게 설명해볼 필요가 있다.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레퍼토리라면, 이미 준비의 방향은 제대로 잡혀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