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 합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합격 통지서를 손에 쥐는 순간부터 등록, 학기비 납부, 보험 변경, 비자 문제까지 다시 행정이 이어진다. 시험 준비에만 집중하다 보면 이 과정을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등록 마감일을 놓치면 합격이 취소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유학하던 당시 합격 이후 실제로 겪었던 흐름과 지금 달라진 절차까지 함께 담아,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 한 번에 정리해보았다.
1단계. 합격 통보를 받은 직후 해야 할 일
나는 합격 통보를 이메일이 아니라 우편으로 받았다.
종이로 된 Zulassung(합격 통지서)이 집으로 도착했고, 그 문서가 이후 모든 행정의 시작점이 되었다. 요즘은 PDF 파일로 먼저 보내고, 이후 원본을 우편으로 보내는 학교도 많다. 하지만 원본 합격 통지서는 여전히 중요한 공식 문서다. 비자 연장이나 등록 시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교수님에게 따로 연락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교수님과의 사전 컨택이 확실하다면 시험이 끝난 후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연락이 오는지 여부 자체가 학교 분위기나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는 실기 시험이 끝난 뒤 교수님들과의 짧은 인터뷰가 이어지면 거의 합격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만큼 그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학교 합격 후 내가 가장 먼저 계획잡고 진행한 일은 집을 구하는 일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독일에서 이사를 한다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처럼 전문 이삿짐 서비스가 일반화되어 있지 않았고, 당시에는 운전 가능한 지인을 찾아 차량을 대여한 뒤 직접 짐을 나르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비용은 줄일 수 있었지만, 그만큼 체력과 시간이 크게 소모됐다.
그리고 이사는 단순한 생활 문제가 아니라 행정과도 연결된다. 거주지가 확정되어야 거주지 등록이 가능하고, 거주지 등록이 되어야 체류허가 연장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합격 통보 후 등록 마감일까지는 보통 약 한달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1개월 내 등록을 완료해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가 수월하다. 합격했더라도 등록을 완료하지 않으면 학생 신분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처리는 최대한 빠르게 기간 안에 등록과 학기비 납부를 끝내는 것을 추천한다.
2단계. 등록(Immatirikulation) 절차
내가 다니던 시기에는 등록은 직접 방문이 원칙이었다. 합격 통지서를 들고 학교로 가서 등록을 완료했다. 요즘은 코로나 시기 이후로 일부 학교가 온라인 사전 등록 후 방문 확인 절차를 진행하는 구조를 사용한다고 한다. 현재(2026년 기준) 대부분 학교에서 요구하는 등록 서류는 다음과 같다:
- 합격 통지서(Zulassung)
- 여권 사본
- 보험 가입 증명서(Krankenversicherungsnachweis)
- 학기비 납부 확인서
- 경우에 따라 어학 증명서 원본
하지만 내가 등록할 당시에는 별도의 복잡한 서류 제출은 없었고, 합격 통지서를 중심으로 간단하게 처리되었다.
보험은 등록 전에 반드시 변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재는 학생 공보험 증명서를 요구하는 학교가 많다. 특히 사보험에서 공보험으로 전환하는 경우 등록 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등록 마감일을 놓치면 합격은 자동 취소된다. '그걸 놓칠 수가 있어?' 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여러 번 본 사례로 힘들게 합격하고도 등록 기간을 넘겨 불합격 처리된 경우가 있다. 독일 행정은 예외를 거의 두지 않는다.
3단계. 학기비(Semesterbeitrag) 납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독일 대학은 등록금이 없다. 최근에 등록금이 생겼다고 하는 학교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며, 등록음이 없다고 하더라도 아주 기본적인 학기비(Semesterbeitrag)는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내가 냈던 금액은 약 250~300유로 사이였고, 계좌 이체 방식이었다. 2026년 기준으로는 지역에 따라 300~350유로까지 올라간 곳도 있다. 이 금액 안에는 교통권이 포함되어 있는데, 학교가 있는 주 안에 있는 모든 교통 사용이 가능하기때문에 실제 체감 비용은 나쁘지 않다.
정해진 기간 내 납부하지 않으면 자동 등록이 완료되지 않으니 미리미리 챙겨서 입금을 하는 것이 좋다. 보통 학교에서 리마인드 메일이 오긴 하지만, 납부 지연이 길어지면 등록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4단계. 학생증과 학번
Matrikelnummer(학번)는 보통 합격 통지서(Zulassung)에 함께 기재되어 있다. 이 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후 학교 행정에서 본인을 식별하는 가장 중요한 고유 번호다. 수강 신청, 시험 등록, 성적 조회, 도서관 이용, 학교 포털 로그인 등 거의 모든 시스템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반드시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학생증은 등록 절차가 완료되고 학기비 납부가 확인된 이후 우편으로 발송된다. 내가 다닐 당시에도 우편으로 받았고, 요즘은 대부분 교통권 기능이 포함된 카드 형태로 발급된다. 이 카드 한 장으로 버스, 트램, 지하철, 일반 기차(RE)까지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가 크다.
다만 학생증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학교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어렵다. 교수님이 개별적으로 수업 참여를 허용하거나 레슨 일정을 잡아주지 않는 이상, 정식 학생 신분이 시스템상 확정되기 전에는 연습실 사용이나 행정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다.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완전한 학생’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 포털 계정은 등록이 완료되면 자동으로 생성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학교 이메일 주소와 함께 로그인 정보가 안내 메일로 발송된다. 이 포털을 통해 수강 신청, 시험 일정 확인, 성적 조회, 각종 공지사항 확인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정 활성화와 비밀번호 설정은 최대한 빨리 해두는 것이 좋다.
5단계. 합격과 동시에 병행해야 하는 행정
합격 후에는 등록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 체류허가(비자) 변경 또는 연장
- 보험 변경 (사보험 → 학생 공보험)
- 거주지 등록
- 은행 계좌 정리
- 차단계좌(Sperrkonto) 준비
비자 문제는 상황에 따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기존 체류허가 기간이 입시 일정과 겹치거나,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체류 기간이 부족한 경우에는 시험 일정이 명시된 Einladung(시험 초청장)이나 학교 확인서를 제출해 약 2~3개월 정도 추가 연장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청(Ausländerbehörde)은 입학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정 조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는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방문해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비자 연장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정 증명과 보험 증명이다. 학생 신분으로 체류하려면 독일 정부가 요구하는 최소 생활비를 충족한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바로 차단계좌(Sperrkonto)다. 2026년 기준으로는 1년 체류를 위해 약 11,000유로 이상(월 약 934유로 수준)의 금액을 예치해야 하며, 매달 일정 금액만 인출할 수 있는 구조다. 일부 경우에는 부모 소득 증빙(Einkommensnachweis)이나 장학금 증명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차단계좌가 가장 명확한 방법으로 인정된다.
또한 보험 가입 증명서(Krankenversicherungsnachweis)는 체류허가 연장 시 필수 서류다. 사보험에서 학생 공보험으로 전환했다면, 해당 보험사의 가입 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보험이 유효하지 않으면 체류허가 연장 자체가 보류될 수 있다.
행정이 크게 꼬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모든 절차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학생 등록이 완료되어야 재학증명서(Studienbescheinigung)를 발급받을 수 있고, 이 서류가 있어야 체류허가 연장이 가능하다. 체류허가가 있어야 보험 유지가 안정되고, 보험이 있어야 다시 체류허가 연장이 승인된다. 하나의 단계가 지연되면 다음 단계도 자연스럽게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순서를 이해하고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현실 조언 – 합격은 끝이 아니다
합격 후 등록까지는 최소 1개월 정도 여유가 필요하다. 합격 여부를 알게 되는 순간부터 바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합격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 실제로 등록 기간을 넘겨 입학이 취소된 사례를 여러 번 봤다. 날짜 확인은 필수다.
다시 한다면, 나는 비자 연장을 위한 서류 준비를 더 미리 해둘 것이다. 특히 차단계좌나 재정 증명 서류는 합격 통보와 동시에 준비해두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다.
독일 음악대학 입시는 시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등록을 완료하고 학생증을 손에 쥐었을 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