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 홈페이지를 처음 열면 가장 먼저 막히는 건 실기가 아니라 독일어다. 분명 사전에서는 뜻이 나오는데, 입시 요강 안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다. 지원 마감일을 뜻하는 단어 하나, 공증을 의미하는 단어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몇 달 준비가 한순간에 꼬일 수도 있다. 실제로 홈페이지를 읽으며 반복해서 마주쳤던 표현들만 단계별로 정리했다. 입시 요강을 끝까지 읽어 내려가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알고 시작하는 게 좋다.
1단계. 지원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단어들
홈페이지를 열면 가장 위에 보이는 항목이 보통 이 단어들이다.
Aufnahmeprüfung / Eignungsprüfung (아우프나메프류풍 / 아이그눙스프류풍)
둘 다 입학 시험을 의미한다. 학교마다 표현이 다르지만, 음악대학에서는 대부분 실기 시험을 뜻한다. 이 단어가 적혀 있는 페이지에 시험 일정, 요구 곡 목록, 지원 자격이 함께 정리되어 있다. 입시 정보의 핵심이 이 항목 안에 들어 있다.
Bewerbung (베붸어붕)
‘지원’이라는 뜻이다. Online-Bewerbung이라고 적혀 있다면 온라인 지원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대부분 포털 업로드 방식이지만, 학교에 따라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Bewerbungsfrist (베붸어붕스프리스트)
지원 마감일이다. 이 단어 하나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그날까지 작성”이 아니라, 학교에 따라 “해당 날짜까지 서류가 도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날짜를 놓치면 준비 과정은 그대로 중단된다.
Bewerbungsunterlagen (베붸어붕스운털라겐)
지원 서류 목록을 의미한다. 학력 증명서, 성적 증명서, 어학 증명서, 이력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항목을 정확히 읽어야 어떤 서류를 번역·공증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Nachweis (나흐바이즈)
‘증빙 서류’라는 뜻이다. Sprachnachweis(어학 증명), Einkommensnachweis(소득 증명)처럼 뒤에 붙어 자주 등장한다. 단어 자체는 간단하지만, 어떤 형식의 증빙을 요구하는지 세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Beglaubigung (베라우비궁)
공증을 의미한다. 한국 서류를 제출할 경우 번역과 공증을 요구하는 학교가 많다. 이 단어가 보이면 원본과 공증본 준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마감일과 제출 방식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다. 독일 입시는 정보가 숨겨져 있지 않지만, 읽지 않으면 그대로 놓치게 된다.
2단계. 어학 및 지원 조건에서 자주 보는 단어
입시 요강을 조금 더 내려가면 어학 조건과 지원 자격이 나온다.
Sprachnachweis (슈프라흐나흐바이즈)
독일어 능력 증명서다. 학교가 요구하는 최소 레벨을 충족해야 지원이 가능하다.
독일어 레벨은
A1 → A2 → B1 → B2 → C1 → C2
순으로 올라간다.
음악대학은 보통 B2 또는 C1을 요구한다. 일부 학교는 TestDaF나 DSH 성적을 명시하기도 한다.
Deutschkenntnisse (도이치켄트니스)
‘독일어 능력’이라는 의미다. 최소 요구 레벨이 이 항목에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자격 충족이 아니라, 실제 수업 이해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음악대학은 실기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반 대학보다 어학 조건이 다소 유연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실제 수업은 독일어로 진행된다. 입시를 통과하는 것과,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홈페이지의 한 줄 조건보다 체감 난이도는 훨씬 높다고 보는 편이 안전하다.
3단계. 실기 시험 안내에서 반드시 보이는 단어
입시 안내 페이지에서 가장 긴장되는 구간이다. 요구 레퍼토리가 이 안에 적혀 있다.
Pflichtstück (플리흐스슈튁)
지정곡이다.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곡이다. 예를 들어 “Ein Werk von J.S. Bach (Pflichtstück)”라고 적혀 있다면 바흐 작품은 필수라는 의미다.
Wahlstück (봘슈튁)
자유곡이다. 선택 곡을 의미한다. 단순히 아무 곡이나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 구성을 균형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Hauptfach (하웁트파흐)
전공을 의미한다. 바이올린 전공이라면 Hauptfach Violine처럼 표기된다. 입시 평가의 중심이 되는 영역이다.
Nebenfach (네벤파흐)
부전공이다. 학교에 따라 이론, 피아노 등이 포함될 수 있다.
Klavierbegleitung / Korrepetition / Korrepetitor (클라비어베글라이퉁 / 코레페티찌온 / 코레페티토어)
반주 수업 또는 반주자를 뜻한다. 입시 때는 학교 소속 반주자가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지원자가 별도로 동행해도 되는지 여부는 학교마다 다르다.
Vorspiel (포어슈필)
연주 발표를 의미한다. 입시뿐 아니라 교수님 컨택 할 때 'Vorspiel' 일정을 잡자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으며, 클래스 내부 연주에도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실기 시험 시간은 보통 15~25분 사이이며, 학교마다 다르다. 최근에는 일부 학교가 1차 영상 심사를 도입해 영상 합격자만 현장 시험을 보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지원 연도의 요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4단계. 합격 이후에 반드시 마주치는 행정 용어
합격하면 또 다른 독일어가 시작된다.
Zulassung (쭈라쑹)
합격 통지서다. 공식 문서 형태로 발급되며, 이후 비자나 등록 절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Immatrikulation (임마트리쿨라찌온)
등록 절차를 의미한다. 이 단계를 완료해야 정식 학생 신분이 된다. 보험 확인, 학기비 납부, 서류 제출이 함께 진행된다.
Semesterbeitrag (제메스터바이트락)
학기비다. 등록금은 없지만 행정·교통비 명목으로 지불한다. 금액은 학교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Matrikelnummer (마트리켈눔머)
학번이다. 이후 학교 행정에서 계속 사용된다.
Studienbescheinigung (슈튜지엔베샤이니궁)
재학 증명서다. 비자 연장이나 보험 변경 시 필요하다.
이 단어들은 합격 이후 반복해서 등장한다. 미리 익숙해두면 행정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마무리 정리
독일 음악대학 입시 홈페이지는 친절하게 정보를 공개하지만, 그 정보는 독일어로 제공된다. 단어 하나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요강을 읽다가 멈추게 된다. 입시는 결국 실력으로 결정되지만, 그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행정과 언어를 통과해야 한다.
모든 단어를 완벽하게 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위에 정리한 용어들만 정확히 이해해도, 독일 음악대학 홈페이지를 읽는 속도와 정확도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