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음악대학 유학생의 삶은 단순히 실기 실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연습실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연습이 안 될 때 멘탈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시험 시즌을 어떻게 견디는지까지 — 아주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전체 유학생활의 질을 결정한다. 이번 FAQ는 독일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며 직접 겪었던 연습 루틴, 연습 공간 확보, 슬럼프 극복, 자기 관리의 방식 등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다.
‘유학 생활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설명보다,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선택했는지를 중심에 두었다.
특히 ‘왜 남들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는지’, ‘연습보다 중요한 건 뭔지’, ‘음악이 삶이 되는 경험이란 어떤 건지’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음악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음악을 오래하는 법이었으니까.
Q1. 독일 음악대학 수업은 실기 중심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실제 난이도는 어떤가요?
A. 생각보다 훨씬 높은 밀도와 자기 주도성이 요구됩니다. 실기 수업도 단순히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석했는지', '이 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중심이 됩니다. 이론 수업 역시 과제량이나 집중도 측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고, 실기와 병행하면서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수업에 따라오지 못한다고 해서 누가 끌어주진 않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참여하면 금방 드러나고, 수업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조용하고 냉정하기 때문에 긴장감이 높습니다.
참고: 독일 바이올린 전공 수업 난이도 체감 후기 (수업 구조, 압박, 준비 태도)
Q2. 시험 시즌이 되면 학교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A.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 비슷하지만, 연습실 앞 긴 대기줄이나 평소보다 무거운 공기, 학생들 사이의 적막 속에서도 긴장이 느껴집니다. 서로 격려하기보다는 각자 준비에 몰두하고, 말수가 줄어들며, 시험 당일에는 음악 외에 모든 감각이 민감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오히려 ‘경쟁’보다 ‘집중’이 지배하는 분위기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참고: 음악대학 시험 시즌의 실제 분위기 (긴장감, 침묵, 그리고 보이지 않는 기준)
Q3. 유학 중 가장 힘들었던 전공 스트레스는 어떤 거였나요?
A. 전공 자체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특히 실기 시험이나 중요한 연주를 앞둔 시기에는 잠을 잘 못 자고, 평소와 다른 몸 상태가 연주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독일에서는 레슨 시간에 교수님이 그런 상태를 바로 알아채고, 오히려 "지금은 연습을 멈추고 쉬어야 할 때"라고 말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모여, 연습의 양보다도 ‘어떻게 연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참고: 독일 유학 중 가장 힘들었던 '전공' 스트레스
Q4. 실제 하루 일과는 어떻게 구성했나요?
A. 보통 아침 7시 30분, 학교 문이 열릴 때 들어가서 기본기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 활 연습 등 테크닉에 집중하며 2시간 정도 기본을 다진 뒤, 그날 연습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오후엔 수업, 합주, 과제 준비 등으로 바빴고, 저녁엔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 가벼운 마음으로 반복 연습을 했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연습 일지와 메모를 통해 나만의 루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참고: 독일 바이올린 유학생의 하루 루틴 (아침, 점심, 저녁)
Q5.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연습했고, 연습실은 항상 쓸 수 있었나요?
A. 평균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연습실 확보는 항상 문제였어요. 교수님들의 수업과 겹치지 않아야 하고, 미리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방이 부족해서 연습을 포기한 날도 있었고, 겨울엔 난방이 되지 않아 연습을 중단해야 했던 날도 있었어요. 이 때문에 학교 근처에 연습 가능한 집을 구해놓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참고: 독일 음악대학 연습 루틴과 현실(연습 루틴, 연습실, 음악 해석력)
Q6. 독일에서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독일에서는 모든 집에서 악기 연습이 가능한 건 아니에요. 계약 전에 반드시 집주인이나 부동산 측에 연습 여부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하고, 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연습이 가능한 집은 많지 않고, 음대 졸업생이 후배에게 집을 넘겨주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저는 다행히 연습이 가능한 집을 구했고, 정해진 시간 내에서는 자유롭게 연습할 수 있었어요.
참고: 독일에서 연습 공간 확보의 현실 (방음 규칙, 연습실 시스템, 집에서의 연습)
Q7. 연습이 잘 안될 때, 멘탈은 어떻게 관리했나요?
A. 예전엔 무조건 참아가며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교수님이 '산책해봤어?', '영화는 봤어?'라고 물었을 때 처음으로 내가 ‘쉬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산책, 친구들과 대화, 일상적인 카페 시간 등을 통해 멘탈을 회복하는 루틴을 찾게 됐습니다. 외로움이나 불안이 쌓이면 결국 연습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정을 관리하는 것도 연습만큼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참고: 독일에서 멘탈 관리하는 법 (슬럼프, 회복, 그리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감각)
Q8. 연습실과 집에서 연습하는 건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A. 학교 연습실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지만,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제약이 많았어요. 집은 자유롭지만, 연습 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야간 연습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두 곳을 병행하면서 연습 루틴을 조율했어요. 공간에 구애받지 않도록 루틴을 유연하게 짜는 게 필요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참고: 독일 학교 연습실과 집에서 연습하며 겪은 현실적인 문제들
Q9. 유학 중 슬럼프는 왜 왔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A. 놀랍게도 슬럼프의 원인은 음악 자체가 아니었어요. 좁은 유학생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고, 그 감정이 자책으로 변해 나를 집어삼켰어요. 악기를 잡는 것도 괴로웠지만, 연습은 해야 했고, 다행히 친구들과의 대화가 큰 위로가 되었어요. 슬럼프는 결국 사람으로 인해 오기도 하고, 사람으로 인해 극복되는 것 같아요.
참고: 유학 생활 중 슬럼프가 온 이유
Q10. 경쟁보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있었나요?
A. 유학 중에 경쟁을 의식해본 적은 거의 없었어요. 항상 나 자신의 부족함과 싸우느라 남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특히 석사 시절에는 독일 생활이 편해지면서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생겼어요. 건강, 수면, 식사, 감정 등을 챙기면서 오히려 연습의 질이 좋아졌어요.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참고: 독일에서 경쟁보다 중요했던 ‘자기 관리’
Q11. 유학 생활을 하며 연습 방향이 바뀌게 된 계기는?
A. 처음에는 무조건 반복, 외우기 중심의 연습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교수님이 ‘왜 이렇게 해석했는지’를 물으셨고, 그 질문이 연습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작곡가에 대해 알아보고, 해석에 대해 고민하고, 곡에 이야기를 담으려는 시도를 하게 됐어요. 연습의 양이 아니라 ‘깊이’가 중요하다는 걸 실제 수업과 경험을 통해 느꼈습니다.
참고: 유학 생활을 하며 점점 연습 방향이 바뀌게 된 계기
12. 음악을 ‘일’이 아닌 ‘삶’으로 받아들이게 된 적이 있나요?
A. 어떤 시점부터 연주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었어요. 특히 졸업연주를 준비하면서는 현악 반주 구성과 프로그램을 내가 직접 설계했고,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경험을 했어요. 어릴 적엔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음악이었지만, 지금은 내 감정과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었어요.
참고: 음악을 '과제'에서 '언어'로 받아들이기까지 (모짜르트, 오케스트라, 음악)